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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이신우를 지켜본다.

Writer's picture: Shinuh LeeShinuh Lee

이건용


학기 초가 되면 나는 내가 맡은 작곡과 워크숍 시간을 위해 작곡가를 초청하곤 한다. 이번에는 그 작곡가로 이신우를 초청하였다. 이유는 대체로 두 가지인데 그의 최근작인 “코랄 판타지 - 내 백성을 위로하라”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고 또 그가 <오늘의 작곡가>를 통하여 피력한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한 변명이 공부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워크숍에 온 그는 우선 “코랄 판타지”를 작곡하게 된 배경과 그 작품에 사용된 자신의 작곡 기법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그리고 녹음을 통해 그 작품을 감상하였고 후에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의 작품은 매우 진지했고 집요했으며 긴 호흡을 가지고 있었고 꼼꼼하게 작업되어 있었다. 그리고 목적적이었다. 어떤 곡에 대하여 목적적이라는 서술은 해 본 일이 없는데 그의 곡에 대해서는 이 단어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었다. 그 곡은 우선 나와 소통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다. 무엇인가를 설명하고 있기도 했다. 무엇보다 스스로 감동하고 있기도 하려니와 나를 감동으로 이끌고 있었다. 그것도 의도적으로 잘 계산된 방식으로 말이다.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그는 ‘진심으로 쓰고 싶은 것’에 관한 얘기를 했다. 배우고 습득한 것이 아니라, 그래서 작곡계에서 통하고 인정받기 위해 쓰는 작품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것 그래서 스스로가 감동할 수 있는 음악을 쓰려하다 보니 자신의 음악이 변했다고 했다. “어느 때 부터인가 나는 나의 곡이 작곡발표회장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나의 음악을 발표할 무대를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었어요.”


학생들은 그의 음악에 나타나는 조성적인 면에 대해서 질문을 많이 하였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왜 내 음악의 여러 가지 면모 중에 조성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는지 모르겠어요. 나에게는 조성도 하나의 도구이고 무조성도 하나의 도구입니다. 도구는 도구일 뿐이지 나의 목적은 아니에요. 현재는 내가 음악에서 표현하고 싶은 것을 위해 (그는 여기서 자신의 종교적 체험을 음악으로 만들고 싶었다는 얘기를 했다.) 조성을 사용하는데 다른 것을 위해서는 또 다른 스타일을 사용할 수 있겠지요.”


바흐와 메시앙을 자신의 사표로 삼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분들은 자신의 일상적 삶과 작곡의 삶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삶이 곧 음악이었지요. 또 그 분들의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음악으로 표현하였는데 그러면서도 그 음악이 예술적으로 높은 경지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아방가르드를 추구했던 작곡가로서, 또 그러한 노선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인정도 받았던 그로서, 현재는 그와는 꽤 동떨어져 보이는 작업을 하고 있음을 의식한 발언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왜 서구의 아방가르드에 합류해 있지 않느냐, 그러면 결국 로컬 작곡가밖에 안되지 않느냐 그래요. 그래서 로컬 작곡가도 좋지 않으냐고 했어요. 그것이 제게 문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나도 질문을 한 마디 했다.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 음악, 즉 연주회장에서 연주되는 음악이 아니라 교회나 학교, 또는 영상 매체를 위한 음악을 쓸 생각도 있는가? “그런데 아직 위촉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 위촉이 있으면 쓸 생각이 있고 그것을 위촉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도 할 것입니다.”


학생들의 질문이 많아서 예정되었던 두 시간을 훨씬 넘겨서야 워크숍이 끝났다. 학생들이 없을 때 내가 한 가지 나의 생각을 덧붙였다. “로컬 작곡가에 관한 얘기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모든 작곡가들이 결국 로컬작곡가입니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작곡가들도 마찬가지지요. 물이 다소 크냐 작냐 하는 차이는 있겠지만.” 그는 “그렇기도 하겠군요” 하는 정도의 수긍을 보였다.


이신우는 우리에게 예술가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작곡가의 작업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무엇이 가치 있는 일인가, 하는 질문(참으로 무거운 질문을 이 경박한 시대에)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그 스스로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몸소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을 알고 있는 작곡가이다. 그는 양식과 관련된 콤플렉스를 벗어난 작곡가이다. 음에 휘둘리지 않는다.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음을 사용하고 양식을 취한다. 그는 결코 로컬 작곡가가 아니다. 고금의 문제를 자신의 것으로 가지고 그것을 보편적인 음의 언어로 풀어내는 오히려 글로벌한 작곡가이다. 나는 앞으로도 그의 작업을 지켜보려한다. 그는 드문 존재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그 같은 작곡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같은 작곡가들의 활발한 작업을 통하여 변방은 세계음악의 중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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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Shinuh Lee                                                                                                                                                                 info@shinuhleemus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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