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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악보에 새긴 코로나 시대의 고통과 상실

Updated: Jan 4

2021.12.20. 유윤종 기자

작곡가 이신우(52·서울대 작곡과 교수)의 작품에는 숭고함과 영성(靈性)의 추구가 있다. 낭만주의 시대가 지난 뒤 작곡가들의 주요 관심사에서 제외됐다고 여겨져 온 영역이다. 그가 새 앨범 ‘죽음과 헌정’ ‘틸 던(Till Dawn)’을 소니뮤직 레이블(사진)로 내놓았다.


두 앨범은 대역병 시대의 흔적이자 자취다. 작곡가는 2020년 연구년을 영국에서 보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확산과 록다운(이동제한·봉쇄)을 겪었다. 위도가 높아 어둠이 빨리 찾아오는 나라에서 그는 고통과 상실, 고독을 탐구했고 악보에 써내려갔다.


‘틸 던’은 ‘새벽이 올 때까지’라는 제목 뜻대로 어둠을 탐구하며 빛을 기다리는 소리의 시(詩)다. 2019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3위 입상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스티븐 김과 피아니스트 박영성이 호흡을 맞췄다.


작곡가는 의도한 바를 표현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음악적 문법을 고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아프고도 섬세하게’라고 표시한 3악장은 바이올린 독주의 처연한 독백이 풍부한 전통 조성의 선율선으로 표현된다. 5악장 ‘또렷하고 신비롭게’는 풍요로운 피아노의 분산화음 위에 회복과 위안의 메시지가 가만가만히 전달된다.


‘죽음과 헌정’은 1866년 조선의 대동강가에서 삶을 마감한 선교사 로버트 저메인 토머스의 마지막 순간을 그렸다. 헝가리 포퍼 콩쿠르 우승자인 첼리스트 제임스 김이 피아니스트인 일리야 라시콥스키 성신여대 교수와 협연했다. ‘찌르듯이, 아프게’로 표시한 5악장에서 두 악기가 수놓는 비가(悲歌)와, 고전주의 소나타의 서주 같은 화음으로 시작하는 7악장 ‘고요하고 투명하고 밝게’가 가장 먼저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신우는 “인간의 심리와 내면에 대한 탐구, 존재의 근원과 자연, 초월적 세계는 나의 주된 관심사였다. 두 앨범에서 이를 음악적으로 투영하려 했다”고 말했다. 새 작품들 외에 ‘틸 던’ 앨범에는 2013년 작품인 ‘시편 소나타’ ‘죽음과 헌정’ 앨범에는 2016년 작품 ‘찬송(Psalmody)’ 등을 함께 실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출처 : 동아일보

Link :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1219/1108599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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